FLIGHT TO COPENHAGEN Editor's Note
라운지톡 13화는 6월에 다녀온 코펜하겐 출장기로 꾸려 보았습니다. 조스라운지는 올 가을을 목표로 매장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본격적으로 준비에 들어가기 전, 먼저 좋은 공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고 싶은 마음에 짧은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아주 개인적인 감상을 남기고 기록하기 위해 에세이의 형식을 취해 보았는데, 읽는 분들껜 어떨지 궁금합니다.
어쩌면 평생 가볼일 없을 코펜하겐을 추천해 준 파트너 스튜디오 힌지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라운지톡 역사상 최고 예산이 투입된 (웃음) 13화를 열겠습니다. 언제나처럼 편한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
|
|
|
INDEX
① LOUISIANA MUSEUM OF MODERN ART
② ROOM 606
③ Andersen-Andersen Flagship Store
④ FINN JUHLS HUS +
ㆍ코펜하겐 여행 꿀팁
ㆍOne more thing...
|
|
|
① 루이지애나 미술관 LOUISIANA MUSEUM OF MODERN ART
|
|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이라는 평을 보고 ‘이런 건 불가능한 건데’ 라고 생각하면서 길에 올랐다. 솔직히는 미술관 가는 기차 안에서부터 어쩌면 정말일지도 모르겠다고 느꼈다. 문이 전자동으로 열고 닫히는, 원통형의 화장실이 있는 기차 첫번째 칸에 앉아 햇살을 받으며 옹기종기 모여있는 자전거를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해져 훔레벡(Humlebæk) 역까지의 40분 가량이 짧게 느껴졌다.
|
|
|
기차에서 내려 사람들을 따라 20분쯤 걸으면 도착이다. 가는 길에 안쓰는 옷가지들을 마당에 내어놓고 A4용지에 계좌번호(?)를 써둔 일종의 상시 가라지세일을 보면서 이곳을 첫 일정으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쟁이덩굴이 뒤덮은 가장 오래되어 보이는 건물을 통해 입장하는데, 입구에 거대한 아티초크 조명을 보며 정말 북유럽에 왔구나 하는 실감이 들었다.
|
|
|
내부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는데(뻔한 표현이지만), 미술관은 단순히 소장품을 보관하는 곳이라는 단편적인 생각을 지울 수 있었다.
기존의 오래된 빌라(본관)부터 시작해 30년 남짓한 시간 두 명의 젊은 건축가가 하나씩 건물을 추가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루이지애나 미술관을 경험했던 몇 시간은 건축이 자연과 상호작용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어렴풋하게 나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
|
|
자코메티의 조각과 루이즈 부르주아의 거미상이 있는 방에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옹기종기 앉아 저마다 스케치북을 펴고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아마 자코메티의 조각상을 그리고 있는 것 같았다.), 부럽다는 생각과 함께 역시 공간은 그 속에 있는 사람이 완성시킨다는 것 또한 느낄 수 있었다. |
|
|
감명이 컸던 탓인지 기념품 가게에서 포스터랑 책을 잔뜩 사 이고지고 왔던 길을 되돌아 코펜하겐 시내로 돌아오면서, 서두르지 않고 하나씩 잘 만들어 쌓아올린 것에 대해 생각했다. 오랜 시간 남는 것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은 누구나 갖고 있을 텐데,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면서 오랜 시간을 누적했을 때만 얻을 수 있는 가치가 있고, 느리더라도 그렇게 살고 싶다는 마음이 내내 들었다. |
|
|
INSPIRATION
ㆍ건축과 자연의 상호작용
ㆍ나무로 만든 천장
ㆍ서두르지 않고 시간을 들이기
|
|
|
② ROOM 606
(Radisson Collection Royal Hotel)
|
|
|
코펜하겐의 첫 3일은 래디슨 컬렉션 호텔(SAS 호텔)에 묵었다. 중앙역에서 가깝기도 했지만(뚜벅이에게 중요), 이곳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1960년대 컨디션을 그대로 지킨 606호(아르네 야콥슨 스위트)를 보고 싶어서였다.
투어를 예약해야 되나 싶어 컨시어지에 계신 노신사 분께 여쭈어 봤는데, (숙박객에 한해) 방을 보고 싶을 때 말해주면 안내를 해준다고 하셨다. 그 다음날 조식을 먹고 묘한 기대감과 함께 안내를 부탁드렸다.
|
|
|
방의 첫인상은 ‘소박함, 민트색’ 이었는데, 아무래도 라운지 공간과 침실이 커튼으로 나뉘어 있는 원룸의 형태에 단일 색상의 가구가 놓여있는 모습 때문인 것 같다. 요즘 기준으로 보면 스위트 치고는 좀 소박한가 싶지만, 60년 전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역시나 다르게 느껴진다.
안내해주신 분 말씀에 따르면 방에 있는 가구는 물론이고, 열쇠, 화장실의 비누걸이, 숟가락 같은 커틀러리, 촛대까지 모두 아르네 야콥슨이 디자인 했다고 한다. 보통 건축가라고 하면 건물 단위의 큰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가장 작은 단위의 디테일까지 챙기는 것이 대단해 보였고, 어떻게 높은 퀄리티의 결과물이 나오는 지 또한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 |
|
|
벽에는 총 4개의 조명이 있는데, 레일을 따라 위치를 옮길 수 있다고 한다. 화장대는 뚜껑을 닫았을 때는 평범한 책상의 모습인데, 필요할 때 열어 기능을 가변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가변적 인테리어는 코펜하겐을 경험하는 며칠동안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키워드였는데, 공간에 활력은 물론이고, 디자인은 사용자의 문제해결을 위한 것임을 잘 알고 지키는 게 덴마크 디자인을 지탱하는 기초체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
|
INSPIRATION
ㆍ가장 작은 디테일까지
ㆍ아늑한 라운지 공간
ㆍ디자인의 목적
|
|
|
③
Andersen-Andersen Flagship Store
|
|
|
나에게 안데르센-안데르센은 두꺼워서 외투를 덧입기 힘든 쫀쫀한 스웨터를 파는 브랜드 정도의 이미지였다. 추천을 받아 방문한 플래그십 스토어는 아르네 야콥센이 디자인한 1930년대 지어진 철근 콘크리트 건물 2층에(유럽기준 1F) 있었는데, 첫인상은 생각보다 밝고 경쾌하다는 느낌이었다. 아마 벽이나 가구에 사용한 색 덕분인 것 같은데, 그래서 자칫 진지하고 무거워질 수 있는 (니트 브랜드 특유의) 분위기의 균형을 잘 맞춘 것처럼 느껴졌다.
|
|
|
'World’s Best Sailor Sweater’라는 브랜드 미션에 걸맞게 매장에는 선별된 종류의 제품들이 걸려있었는데, 코펜하겐에서 본 대부분의 브랜드가 그렇듯 시즌별로 많은 종류의 신제품을 발매하기 보다 기본적인 구성을 갖춰놓고 한 두가지 정도의 변주를 주는 방식으로 브랜드를 운영하는 것처럼 보였다.
스웨터라는 복종의 특성이겠지만 제품을 Gauge(짜임 너비)와 소재(울, 코튼)의 X, Y축으로 구성했는데, 제품을 만져보며 게이지/소재별 차이를 느껴보는 경험이 다채롭고 브랜드를 깊게 이해할 수 있는 활동(탐험)처럼 느껴졌다.
|
|
|
가변적으로(바퀴가 달려) 구성되어 쉽게 구조를 변경할 수 있고, 소파와 라운지 체어를 두어 편하게 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것도 좋았지만, 안데르센-안데르센을 나오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점원분의 태도였다. 주관적으로 거의 완벽한 고객경험이었다고 느끼는데, 입장할 때 (다른 먼저 온 손님을 응대중인 와중에) 가벼운 인사를 하고, 응대를 시작하며 매장에 비치된 커피 혹은 물을 권했다.
|
|
|
이것저것 궁금한 점을 물어봤음에도 귀찮은 기색 없이 제품에 대해 진실되게 소개해 주었는데, 뉴욕의 BODE 매장을 방문해 받았던 것과 비슷한 인상(점원이 그 브랜드의 팬이라는)을 느낄 수 있어 옷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도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
|
|
아쉽게도 내가 찾는 색상은 재고가 없었는데, 정갈하게 프린트된 제품 카탈로그에 손으로 내 사이즈를 적어주어 매장을 떠나서도 그 경험이 이어질 수 있게 하는 것까지 모든 것이 자연스러웠고 편하게 느껴졌다. (탈의실이 룸 디바이더로 간략히 되어었던 것까지)
|
|
|
INSPIRATION
ㆍ커피와 물
ㆍ매장 밖까지 이어지는 고객경험
|
|
|
핀율의 집은 오드룹고드(Ordrupgaard) 미술관과 함께 있다. 기차역에서 내려 30분 이상 걸어가야 하는 위치에 있는데, 역에 도착했을 땐 날씨가 좋아 한 번 걸어보자며 시작한 여정이 5분 만에 비가 내리기 시작해 중간중간 쉬며 걷다 결국엔 버스를 타며 마무리되었다. 오래 걷기는 시간이 부족한 여행객에겐 사치라 여행중 꽤 오래 걸은 편에 속했는데, 걸으면서 만나는 집이며 창문을 통해 언뜻 보이는 내부가 아름다워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
|
|
미술관을 천천히 둘러보고 카페에서 샌드위치로 마음을 가다듬은 뒤 핀율의 집으로 향했다. 건축가이자 가구 디자이너였던 핀율이 30대에 스스로를 위해 짓고 살았던 집을 그대로 잘 보존해 두었는데, 아담한 정원을 L자(혹은 기역자)로 감싸 안은 형태의 하얀 단층(반지하 층이 있는데 관람은 불가했다) 집이다.
|
|
|
가장 먼저 느껴진 건 적당히 낮은 조도와 책상, 소파, 의자로 구성된 여러 개의 라운지 공간이었다. 글을 쓰면서 내부 공간을 먼저 정한 뒤 외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지어진 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당시엔 어떻게 이렇게 모든 요소가 자연스럽게 놓여 있을까 하는 정도의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이미 지어진 네모 박스에 가구를 배치하는 것과는 다르다.)
천장은 높지 않지만 답답하지 않고, 집 내부에 묘한(계단 2~3개 정도의) 단차를 두어 단조롭게 느껴지지 않는 구성이었다. 창문을 비롯한 외부 정원(자연)과의 상호작용은 열 곳과 닫을 곳을 잘 구분했는데, 벽난로 공간과 침실은 큰 창을 두어 개방감이 느껴졌고, 라운지 공간에는 적당한 크기의 창을 두어 아늑했다.
|
|
|
곳곳에 의미심장한 조각, 회화 작품들이 있었지만, 오히려 생활용품에 가까운 의자와 수납장, 문 손잡이와 주방 타일이 이 집을 완성시켰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핀율의 집은 작품이 용품처럼 느껴지고, 용품이 작품처럼 느껴지는 집이었다. |
|
|
INSPIRATION
ㆍ아늑한 분위기를 만드는 건?
ㆍ용품과 작품의 경계
|
|
|
여행 시기
어쩌다 보니 6월에 가게 되었는데, 결과적으로 여행하기에 아주 좋은 시기였다. 백야가 있어 밤 10시 30분까지 밝았던 것도 여행객에겐 플러스요인. 힌지 동균님께 여쭤보니 겨울엔 사람들 표정부터 어둡다고 한다 (웃음)
*여름에 가더라도 바람막이 같은 긴팔 외투를 챙겨가길 추천한다.
코펜하겐 카드
대중교통과 미술관&공원 등 입장을 단위 시간(24, 48, 72, 120) 동안 이용할 수 있는 마스터키 같은 존재이다. 힌지 주연님께선 교통카드(라이스코트(Rejeskort Anonymous))에 금액을 충전하는 쪽을 추천해 주셨는데, 기억력이 아슬아슬한 내 성향상 이쪽이 더 맞을 것 같아 klook(클룩)을 통해 구입했다. 구입하면 받는 시리얼코드를 CPH CARD(코펜하겐 카드) 앱에 입력한 뒤, 사용을 시작하는 순간에 카드를 활성화(Activate)하는 식이다. 교통과 입장권 각각 사용할 수 있는 2개의 QR 코드가 있고, 만일의 사태를 위해 스크린샷 찍어 두는 것을 추천한다.
교통
워낙 크지 않은 도시이고, 가고싶은 곳의 대부분이 대중교통으로 잘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다. 택시를 가끔 이용했는데 우버가 아닌 'Taxa 4x35' 라는 앱을 통해 호출할 수 있다. 사용법은 카카오택시와 유사하다. |
|
|
코펜하겐 출장에서 방문했던 곳들을 모아모아 정리한
구글맵스 리스트를 공유합니다 :)
지도 아이콘을 클릭해주세요! |
|
|
라운지톡 13화 '덴마크 출장기' 어떠셨나요?
라운지 톡은 멤버들의 피드백을 통해
완성되는 뉴스레터입니다.
이번 화에서 좋았던 점 혹은
아쉬운 점, 팀 조스라운지에게
하고픈 말까지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
|
|
|
EDITOR SB YOO | DESIGN JR KIM |
|
|
JO'S LOUNGEnews@joslounge.com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천호대로81길 8 (장안동) 영풍빌딩 2층 주식회사 진주(JINJOO) 02-442-9296수신거부 Unsubscribe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