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조스라운지가 좋아하는 브랜드, 아끼는 옷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EDITOR'S NOTE
라운지톡 22화는 조스라운지 구성원들이 각자 좋아하는 브랜드와 아끼는 옷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두 개는 비슷하게 겹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데, 공통점이라면 물건과 브랜드 속에 담긴 이야기와 추억을 이야기 한다는 점입니다. 그게 누군가에겐 여행의 기억일 수도 있고, 과거의 한 순간에 대한 감상일 수도, 심지어는 그날 함께했던 사람에 대한 애정일 수도 있습니다.
글을 읽으며 대상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건 시간에 걸쳐 함께 이야기를 쌓아가는 과정을 소중히 즐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오늘도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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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는 브랜드 RRL - 아끼는 옷 RRL 공군 자켓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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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중국에서 자랐기 때문에 짝퉁이 워낙 많아서 브랜드 보다는 스타일 생각하면서 옷을 샀거든요. 귀엽고 여성스러운 스타일 보다 영화에서 많이 본 미국 서부와 인디안 문화를 융합한 빈티지 데님 스타일이 더 눈이 가더라고요. 일본에 있을 때 하라주쿠에 있는 폴로 랄프로렌 많이 구경하러 갔어요. 옷이나 액세서리 다 예쁘지만 비싸서 뭘 사기 전에 진짜 많이 고민해요.
사진은 제가 좋아하는 RRL 공군 재킷인데, 원래 남자 옷이지만 작은 사이즈 있어서 입어봤어요. 원피스랑 가죽 부츠랑 잘 어울릴 것 같고 마음에 들었어요. 선물받아 가격은 정확하게 모르지만 아마 비싸겠죠(웃음) 대충 입고 싶지 않은 마음에 자주 입진 못하지만 매번 옷장에서 보이면 너무 반갑고 기분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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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는 브랜드 Cantate - 아끼는 옷 모헤어 가디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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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브랜드는 너무 많이 이야기했기 때문에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이번에는 특정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제 취향이 담긴 좋아하는 옷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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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22에 처음 소개된 Cantate의 모헤어 가디건입니다. 일본 브랜드고 작년에 디자이너분과 우연한 기회에 친분을 갖게 되면서 알게 된 브랜드인데요. 이번 겨울에 사서 참 많이 입었습니다. 원래 한가지 옷을 자주 입는 편이 아닌데 이 옷은 여기저기에 잘 붙어서 자주 입었던 것 같습니다. 보온성도 좋고 무엇보다 모헤어 특성상 털빠짐이 심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털빠짐은 물론 털날림이 아예 없어 신기합니다.
이건 디자이너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인데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이고 최상(최고급)의 모헤어 가디건을 만들었다 할 정도로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퀄리티를 보여주는 옷입니다. 사치스러운 모헤어와 실크가 섞인 혼용율도 캐시미어와 같은 부드러운 촉감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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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rt Cobain of Nirvana during the recording of MTV Unplugged at Sony Studios in New York City. Frank Micelotta Archive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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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상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본래 한 시즌만 나오고 단종된 컬러인데 요청이 많았는지 SS25 시즌에 재발매 되었더라구요 ㅎㅎ 제품명은 너바나의 보컬 커트 코베인의 이름을 따서 커트랍니다. 모헤어 가디건 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이미지가 있으실 거에요! 오랫동안 입고 싶은 옷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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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는 브랜드 무인양품 - 아끼는 옷 무인양품(Muji Labo) 피쉬테일 야상
다들 자신을 보라고 외칠 때, 정중하게 명함 한 장 내미는 느낌이라 좋아한다. 행택의 재질, 폰트, 내용까지 무던하고 제품까지 그 방향성을 갖고 간다. 무엇이든 살 것이 있을 때 가장 먼저 생각하고 찾는 곳이 무인양품이다. 특히 매장에 가서 둘러보면 ‘이만하면 되지 않았어?’ 라고 말하는 듯한데, 소비를 하면서도 비우는 듯한 느낌을 주는 아주 요상하고 매력적인 브랜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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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쯤 친구와 무인양품 매장에 갔다가 너무 맘에들어서 구입하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라보는 사람들이 눈여겨 보는 라인은 아니었으니 내외피가 분리되는 제품이었음에도 할인 받고 10만원 초반에 구매했던 거 같다.
내피를 달면 굉장히 무겁고 작은 키가 더 작아보여서 잘 어울린다고 하긴 어렵지만, 네이비 색상의 야상이 주는 무던한 러프함이 매력적이다. 소매 끝과 주머니입구가 해지고 있는데 원단으로 패치워크를 하던가 가죽을 덧댈 생각이다. 나중에 들으니 당시 라보의 디자인은 마가렛 호웰팀이 맡고 있었다던데, 그래서 그때 라보가 유난히 내 스타일이었나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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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는 브랜드 파타고니아 - 아끼는 옷 Women's Iron Forge™ Fleece-Lined Bib Work Overall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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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에 파타고니아 오버롤을 자주 입었어요. 평소에 오버롤이나 점프수트 류의 옷이 편하면서도 특별해보여서 즐겨 입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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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옷은 다리와 몸통 부분이 집업에도 사용되는 보들보들한 플리스 원단으로 되어있어서 마치 담요를 다리에 감싸고 있는 느낌의 옷이라 추운 겨울에도 포근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팔지 않는 제품이라서 도쿄 여행때 구매했는데 여행에 대한 추억도 살려주는 옷이라 더 애착이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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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 샌프란시스코 매장. 왼쪽 사진에 걸려있는 흰색 반바지 오버롤을 구매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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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를 브랜드를 처음 구매했던 곳은 미국 여행중에 우연히 만난 샌프란시스코 매장이였는데, 나무 인테리어와 직원들의 적당한 친절함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줘서 천천히 제품을 둘러보고 흰색 반바지 오버롤을 구매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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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을 생각하는 브랜드 철학에도 공감이 가고, 무엇보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원단 소재가 좋아서 자주 찾게 됩니다. 이런 점이 다른 초저가의 아웃도어와는 대체될 수 없는 특징인 것 같아요. 액티브한 취미들을 즐기는 편인데, 일상에서도 실용적으로 입을 수 있는 점이 있고 착용감이 편해서 그런지 자유로워지는 기분이 듭니다. 색상 배색을 잘 써서 옷을 고르는 재미를 주는 점도 이 브랜드가 가진 매력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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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는 브랜드 무인양품 - 아끼는 옷 폴로 랄프로렌 카멜헤어 폴로코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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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좋아하는 브랜드는 자꾸 바뀌어서 ‘지금’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라고 하는 편이 정확하다. 최근 개인적인 이사와 두 번의 매장 오픈을 경험하면서 새삼 무인양품의 위대함을(웃음) 느끼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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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브랜드를 인지하는 순서는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좋은(차별화된) 제품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며 기본적인 신뢰가 쌓인 후에, 브랜드가 전하는 메세지(이야기)를 접하고 본격적으로 사랑에 빠지는 게 보통이다. 즉 좋은 제품(혹은 서비스)이라는 바닥이 단단한 전제가 되어주는 셈인데, 무인양품은 물건으로서의 기능은 충실히 수행함과 동시에 그에 어울리는 보편적인 디자인을 갖췄고, 더 좋은(혹은 예쁜) 것을 사려고 하면 매우 비싸거나 시중에서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느껴왔다.
필요한 제품 체크리스트를 보면서 ‘혹시 이런 것도 있을까’ 싶을 때 무인양품은 가려운 곳을 충실히 긁어주었고 이런 경험이 반복되며 좋다는 것을 넘는 일종의 경외심이 들 때도 있었다. 조스라운지 역시 좋은 파자마를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노력하고 있는데, 꼭 같은 카테고리는 아니더라도 보고 배울만한 브랜드가 있다는 점은 항상 든든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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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끼는 옷은 좋아하는 옷이나 자주 입는 옷과는 다른 결에 서있는 표현이다. 설혹 지금은 자주 입지 않더라도 항상 옷장에 두고 가끔씩 꺼내보면 어떤 감정이 스멀 피어오르는 것에 가깝다고 느낀다. 그런 점에서 가장 아끼는 옷은 Polo의 카멜헤어(낙타털)로 만든 폴로코트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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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옷은 2015년 즈음 전역을 자축하며 산 옷이었는데, 당시에도 앞으로 이렇게 비싼 옷은 못사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큰 용기를 내서 구매했던 기억이다. 아마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구매했던 것 같은데, 응대해 주셨던 중년 직원분께서 이 옷의 (이전 시즌에 비해 어깨가 더 예쁘게 나왔다는 내용의) 시즌별 차이점이나 관리법에 대해 친절히 안내해주셔서, 지하철을 타고 다녀온 그 날의 떨리던(?) 기억이 좋은 감정으로 생생히 남아있다. 워낙 길게 나온 옷이라 숏 버전으로 구매했는데, 캐쥬얼하게 입기엔 좋지만 (개인적인 추구미인) 자켓 위에 입기엔 짧다고 느껴져 레귤러 기장 버전이었으면 더 좋을 뻔 했다는 생각이다. 구매하고 5년 정도는 정말 자주 입었고, 그 후로는 거의 입지 못했지만 정리하고 싶은 생각은 없고, 혹시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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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는 브랜드 RRL
- 아끼는 옷 Polo Ralph Lauren 치노팬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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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RRL이라는 브랜드의 멋을 처음 알게 된 건, 일본 유학 시절이었다. 도쿄 하라주쿠를 걷다가 우연히 들어간 한 매장에서 처음으로 압도당하는 느낌을 받았다. 바로 RRL 매장이었다. 그곳은 단순히 옷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마치 한 시대의 정취를 고스란히 담아낸 작은 박물관 같았다. 묵직한 나무 바닥, 빈티지 가구, 시간의 흔적이 깃든 조명과 소품들. 그 공간 자체가 브랜드의 철학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때 처음 가까이서 본 RRL의 옷들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겉보기엔 마치 수십 년을 함께한 옷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새 옷이었다. 하지만 그 안엔 시간이 깃들어 있었다.
내가 아무리 새 옷을 오래 입고, 자연스러운 마모를 기다린다 해도 만들 수 없는 디테일. RRL의 빈티지 가공은 마치 시간 자체를 옷에 담아낸 듯했다. 자연스러운 페이딩, 낡은 듯하지만 정교하게 마무리된 스티치, 세월의 깊이를 입은 듯한 질감. 이런 디테일을 직접 마주했을 때, 나는 그저 ‘멋지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한국에 돌아온 지금도 종종 RRL 매장에 들러 옷을 구경하곤 하는데, 그때 매장 직원과 나눴던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당시 직원이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알려줬는데, 바로 현재 RRL의 의상 제작팀과 Polo Ralph Lauren의 컨트리 라인 제작팀이 서로 자리를 바꿨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인지 요즘의 폴로에서도 RRL 못지않은 빈티지 감성과 디테일이 느껴지는 옷들이 종종 보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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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내가 입고 있는 바지도 바로 그런 옷이다. 일본에 워크샵을 다녀오며 구매한 폴로의 치노 팬츠인데, 곳곳에 패치워크가 들어가 있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단순한 치노 팬츠일 수 있었던 옷이, 디테일 하나하나 덕분에 나만의 특별한 ‘친구’처럼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애착도 유독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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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지와 관련해서 웃긴 에피소드도 하나 있다. 어느 날 이 바지를 입고 친구들을 만났는데, 엉덩이 쪽에 있는 패치워크가 문제(?)였다. 친구들이 하나같이 "너 바지에 뭐 묻었어!" 하면서 내 엉덩이만 유심히 쳐다보는 거다. 알고 보니 그 위치와 색감이 정말 애매했던 모양이다. 난 그냥 멋진 디테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날은 내가 아닌 바지가 주인공이 됐던 하루였다.
RRL은 새 옷이지만, 오래된 새 옷이다. 갓 만들어졌지만 이미 이야기를 품고 있는 옷. 그런 매력이 이 브랜드를 특별하게 만든다. 옷 하나하나에 스토리가 있는 듯한 느낌, 그리고 그 스토리를 입는다는 감각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RRL을 단순한 패션 브랜드가 아니라, ‘시간을 입는 경험’으로 기억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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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톡 22화
'Things We Love : Brands & Clothes' 어떠셨나요?
라운지 톡은 멤버들의 피드백을 통해
완성되는 뉴스레터입니다.
이번 화에서 좋았던 점 혹은
아쉬운 점, 팀 조스라운지에게
하고픈 말까지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
(TMI 대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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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SB YOO | DESIGN JR KI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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