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조스라운지는 2025년을 맞아 워크샵을 다녀왔습니다. 넓은 시야에서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고, 내부적인 기준점을 높이기 위함이었는데요. 다녀온 곳들을 되짚어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리뷰가 될 것 같아 각자 주제를 정하고 짧은 글을 써보았습니다. 서로 다른듯 하면서도 비슷한 경향성이 느껴지는 것 만으로 성공적인 워크샵을 다녀온 것 같아 뿌듯한 마음입니다.
마지막엔 교토에서 사온 것들과 코펜하겐에 이은 두번째 시티맵 또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2025년의 첫 라운지톡도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
①
공간이 주는 힘
공간(空間)
물질이 존재하고 여러 가지 현상이 일어나는 장소.
저는 이번 워크샵 기간 중 공간에 대해서 많이 느끼고 배울 수 있었는데요. 특히 기억에 남는 곳은 외관과 입구에서부터 압도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던 비즈빔 고베입니다.
이곳은 본래 1938년 세워진 영국의 Chartered Bank 고베 지점이었던 곳을 새롭게 단장해, 지난 11월 오픈한 비교적 신생 매장입니다. 가장 놀라웠던건 공간을 구성하는 뼈대와 디테일들이 100년이 가까이 지났음에도 온전히 보존되어 남아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옛 모습 위에 더해진 공예적인 요소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입구의 회전문과 피팅룸으로 향하는 금고문, 아프리카산 부빙가 원목으로 만든 캐비닛, 천연염색을 이용하여 만든 슬라이딩 도어 등 곳곳의 디테일 덕분에 보는 즐거움이 가득했습니다.
화려한 새 것들로 꾸며진 공간보다 브랜드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공간의 분위기가 잘 어우러져 많이 배우고 느낄 수 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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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분위기
분위기란 무엇일까? 모두가 느끼지만 굳이 설명하긴 어려운 개념 같습니다. 얼핏 강한 우연의 산물 같지만, 몇 가지 공통점을 생각해본다면 의도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합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분위기를 결정하는 두 가지는 빛과 향이라고 느낍니다. 하나의 장소에 밝은 날 방문했을 때와 어둑한 시간에 들렀을 때, 깜짝 놀랄 만큼 다른 감상을 느낀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색 또한 고정되어 있지 않은 빛의 일부라고 본다면 꼭 얼마만큼의, 어느 정도의 온도를 머금는 지가 분위기를 결정한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것입니다. 이상적인 향이란 아주 자연스러워서 넘겨버리게 되거나, 그렇지 못하다면 의식하기 직전까지만 느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숨어있는 편이 자연스러운 개념 같고, 아주 천천히(어쩌면 사후에) 어떠한 감정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지만 동시에 잘 이용하긴 어려운 도구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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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와비 사비 侘び寂び
‘어떤 도시도 교토만큼 오래되지 않았고, 교토만큼 새롭지 못하다’
일본의 문화적 전통 미의식의 하나인 ‘와비 사비 侘び寂び’를
이토록 잘 나타낸 도시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번에 방문한 대부분의 곳에서 볼 수 있었던 중정과
보여주기에 급급하기 보다는 간소하고 절제되어 있는 아름다움
온라인이 익숙한 시대이지만 오프라인의 힘을 느낄 수 있었던 워크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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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하나에 집중하기
SOU · SOU/ 시그니처 패턴 1가지만 반복해서 보여주기
교토에 있는 샵들은 매장 입구에 힘을 뺀 모습이 인상적이다. 흔하게 쓰이는 모델컷 포스터, 입간판, 전광판 배너는 쓰지 않는다. '힙'하게 보이기 위한 의미없는 꾸밈도 거의 없다.
제품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제작과정에서 노력한 것들을 화려하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들수밖에 없다. 그런데 욕심을 내려 놓고 브랜드가 생각하는 정체성 1가지만 선택해서 보여주니 오히려 브랜드가 추구하는 바가 잘 보이고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마음속에 이 질문이 계속 맴돌았다. '하나만 보여줄 수 있다면 무엇을 어떻게 정리해서 보여줄까?'
APFR / 간판없이 철제로 만들어진 로고만 있어서 팀원들과 매장 앞을 그냥 지나쳤다가 다시 돌아왔다.
이세이 미야케 /간판없이 교토에서 자주 보이는 노렌커튼(입구 가림막 커튼)과 로고가 새겨진 명패 (이것도 바닥에 있어 잘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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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생각보다 일찍 눈이 떠졌다.
생각보다 일찍 눈이 떠졌다.
이른 새벽부터 준비하여 바다 건너 도착해 15,000보를 넘게 걸었고, 둘째날 아침 힘겹게 눈을 뜨게 될 줄 알았다.
호텔 커튼을 열었다. 암막커튼 그리고 얇은 하얀 커튼을 열고 나니, 톤 다운된 그림 같은 소박한 도시의 풍경의 옅은 금빛 햇살을 머금고 있었다.
창밖 풍경이 말을 한다. "나야, 교토"
평화롭고 깔끔하고 단정하며 그만의 색깔이 너무 명확한. .
이렇게 편안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전통과 현대의 조화, 자연경관과 도시의 조화, 건물들 컬러의 조화, 그래! 조화로움. 그거였어.
안국과 정동의 조의 라운지도 전통과 현재가 잘 어우러진 멋진 공간에 자리하고 있다. 조의 라운지에 방문하신 손님이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며 편안함을 느낀다면 그것이야말로 교토 못지않은 조화로움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