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짚어보는 선택의 순간들 EDITOR'S NOTE
얼마 전 감사하게도 파트너인 29CM에서 '브랜드 코멘터리'라는 영상 컨텐츠를 제안해주셔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자료를 보기 위해 휴대전화의 사진첩을 뒤적거리다가, 영화의 감독판처럼 저희 시선을 더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2월 중 공개될 영상의 각주이기도 하고, 조스라운지의 지난 10여년을 되돌아보면서 당시엔 알지 못했던 선택의 순간들을 짚어보는 글이기도 합니다. 이 글이 어떠한 분들께 의미가 되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저희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마음으로 썼으니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 |
|
|
0. 좋은 외출복의 기준으로
조스라운지를 시작할 때 저희의 목표 중 하나는 '외출복의 기준으로 보아도 좋은 실내복을 만들자' 였습니다. 당시 국내의 실내복 업계는 외출복과는 조금 다른 기준으로 제품을 만들고 있었는데, 옷의 특수성을 고려하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이지만, 옷을 좋아하는 사람들로서 '잠옷이니까 이정도면 괜찮아'라는 인식을 바꿔보고 싶은 마음에 작은 샘플실 크기의 공장(공방)을 만들어 한벌 한벌 저희만의 기준을 세워나간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이 공장은 지금도 조스라운지의 일부 제품을 맡아주고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실내복 업계도 오랜시간 관성처럼 굳어진 관행들이 있었던 것인데, 당시엔 단추구멍 하나를 바꾸는 것도 왜이렇게 어려웠는지 모르겠습니다(웃음). 그래도 저희를 이해하고 도와주셨던 분들의 도움으로 작은 것부터 한걸음씩 나아갈 수 있었고, 당시의 파트너들과는 지금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
|
|
제품 스케치
혹시 '나는 그림을 잘 못그려서 디자인은 하지 못할거야' 라고 생각하는 분이 계시다면, 절 보고 힘을 내시길 바랍니다. |
|
|
1. 원단은 크게 부각하지 않기
조스라운지를 모달/면 혼방과 같은 시그니처 원단으로 알고계신 분들이 많아 의아할 수도 있는 소제목이지만, 고객분들에게 좋은 원단 이전에 좋은 옷으로 보여지고 싶다는 욕심이 있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좋아서(혹은 예뻐서) 샀는데, 입어보니 원단까지 좋더라'가 저희가 원하는 조스라운지의 모습이고, 그래서 오히려 처음엔 원단보다는 총체적인 제품의 매력으로 고객분들에게 다가가려 노력했던 기억입니다.
|
|
|
특히, 모달이나 인견 같은 특수(?) 소재의 경우 더더욱 소재의 장점 만을 내세우기 보다는 실루엣이나 패턴의 아름다움을 일차적으로 느끼실 수 있도록 신경썼습니다. '옷이 예뻐서 샀는데 모달이라는 소재에 빠져버렸다'는 리뷰를 볼 때면 큰 뿌듯함과 감사함을 느낍니다. |
|
|
2. 이미지 업그레이드
2019년쯤 당시 거래처의 MD님께서 조스라운지는 옷은 참 좋은데 이미지가 옷의 품질을 잘 보여주고 있지 못한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말씀을 듣고 돌아오는 길에 그동안의 노력이 부정당하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품이 아닌 이미지의 영역에서의 중요성을 과소평가 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심지어는 당시엔 매장도 없었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이미지가 전부였는데도 그렇습니다.)
그럼 당장 무엇을 바꿔볼 수 있을까를 함께 고민했고, 일차적으로는 촬영부터 시작해 홈페이지나 상세페이지의 레이아웃까지 '고객에게 제품을 정말로 잘 전달하고 있는가'의 관점에서 뒤집어 새롭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2019년 이전의 조스라운지를 알고 계신 분들께선, 2019년 가을/겨울을 기점으로 조스라운지의 이미지가 바뀐 것을 느끼셨을거라 생각합니다.) |
|
|
3. 실밥 하나하나
당연할 지도 모르지만, 옷을 만드는 것에서 제일 어려운 부분은 옷을 만드는 과정 그 자체입니다. 기계의 도움을 빌린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손으로 하는 부분이 많은 만큼 머리로 상상했던 것처럼 되지 않기도 하고, 조스라운지는 매 시즌 새로운 원단을 많이 개발하는 만큼 매일 다채로운(?) 도전을 겪고 있습니다(웃음).
이미 다 만들어둔 제품을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폐기했던 순간들은 당시엔 잠을 잘 이루지 못할 정도로 어려웠지만, 되돌아보면 저희 스스로 단단함을 얻을 수 있었던 선택이었다고 느낍니다. |
|
|
여행지와 오래된 가방에서 영감을 받은 패턴 디자인
위: 루이스 아래: 토마토 |
|
|
4. 마법의 순간
어느 주말 갑자기 주문량이 늘어 월요일에 출근해 생전 처음으로 주문을 닫은 뒤, 어떻게 해야할지를 고민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고객분들께 정확한 배송일자를 안내드린 뒤, 최선을 다해 제품을 만들어낸다'는 당연한 결론을 내는데 고민과 큰 용기가 필요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하면 프리-오더의 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혹시나 약속드린 시기에 제품을 보내드리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오래 기다려 주신 분들께서 실망하지 않도록 모든 일을 제쳐둔 채 택배 기사님이 오실 때까지 서둘러 실밥을 떼던 추억이 하나의 덩어리처럼 기억납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엔 실내복에 대한 인식이나 고객층이 비교적 얇았던 때라, 지금 이 한 벌을 구매해주신 분들을 만족시키는 게 저희에겐 최고의 목표였고, 그 목표는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
|
|
5. 그 이후
함께 다음을 꿈꾸는 구성원들이 늘어나면서 얻은 화두(숙제)는 초기 팀원들의 성장이었습니다. 극소수의 인원으로 복작복작 일하던 때와는 다르게 새로운 구성원들이 합류하면서, 크게는 우리는 왜 일을 하는지, 무엇을 목표로 어떤 일을 할건지 부터 일을 어떤 순서로 할 건지까지 하나하나 대화를 통해 정리해간 시간은 어렵기도 했지만, 매해 1년을 되돌아 보았을 때 '그래도 함께 노력해서 이것저것 했구나' 싶은 뿌듯함을 느꼈던 감사한 순간들이 많았고 지금도 그 과정 속에 있다고 믿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 역시, 매해 목표를 나눌 때 의식적으로 이야기를 나눌 만큼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끔은 조금 더 빠르게 많은 제품을 선보여야 하지 않을까 싶을 때가 있지만 지금의 저희에겐 이 정도가 결과물의 퀄리티를 지킬 수 있는 최선이라고 느끼기에 언젠가 더 다양한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실력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
|
|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할 때는 쓸 내용이 너무 없으면 어떡하지 싶었는데, 막상 쓰기 시작하니 궁금하지도 않은걸 너무 자세하게 쓰는거 아닌가 싶은 기분이 들었습니다(웃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부끄럽지 않은 선택들을 해왔구나 싶은 마음에 조금의 안도도 느꼈습니다.
리뷰를 읽으면서 조스라운지의 팬이라고 해주시는 분들을 뵐 때마다 감사한 마음입니다. (당연하지만) 저희 모두 조스라운지의 팬 중 한명으로서 앞으로도 좋은 제품 따뜻하고 담백하게 소개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큽니다. 해주시고픈 말씀이 있으면 편한 방법으로 알려주세요. 팀원들 모두 함께 읽고 있습니다 :)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팀 조스라운지 드림 |
|
|
라운지톡 20화
'디렉터스 컷' 어떠셨나요?
라운지 톡은 멤버들의 피드백을 통해
완성되는 뉴스레터입니다.
이번 화에서 좋았던 점 혹은
아쉬운 점, 팀 조스라운지에게
하고픈 말까지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
(TMI 대환영)
|
|
|
EDITOR SB YOO | DESIGN JR KIM |
|
|
JO'S LOUNGEnews@joslounge.com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천호대로81길 8 (장안동) 영풍빌딩 2층 주식회사 진주(JINJOO) 02-442-9296수신거부 Unsubscribe |
|
|
|
|